량(亮)을 생각하다.

Posted by sunsetblue -/끄적끄적 : 2008/01/30 12:11
길을 걸으며 량의 선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량은 왜 유비를 택했을까.
왜 조조나 손권이 아닌 유비였을까.

조조는 최고의 영웅이었고 문무를 겸비한 천재였다.
아마 량은 조조의 수하였다면 그 엄청난 예지력과 재능때문에 죽음을 맞이했을것이다. 계륵의 의미를 알아차린 양수()처럼...
손권은 오군의 귀족가문 자제다. 그 주변에는 많은 모사들이 있었고, 오히려 그것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정도였다. 이런 사정에서 량이 손권에게 갔었다면, 과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당시 군소군주들 중 량의 재능을 가장 빨리 알아낸 사람은 유비였고, 량은 유비의 참모가 되는 길 말고는, 시골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이 가장 나을것이라 생각했으리라.

생각컨데, 유유자적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것 같다. 하지만 와룡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촉이라는 나라는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단언한다. 그 후의 싸움은 촉과 오, 위의 전쟁이 아니라 공명과 오, 위의 전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그는 초인과 같은 지략을 펼친다. 단지 지략뿐만이 아니다. 성정또한 정직한 면이 읽힌다. 결국 위를 멸한 사마중달과 비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컨데, 유유자적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오장원에 스러진 별은 이루어지지 못한 꿈이라 더 슬프다.

그가 촉제 유선에게 냈다는 출사표()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 인생의 첫번째 출사표는 량의 글을 빌어 썼었다. 내 방의 책상에 아직 끼워져 있는 그 글은 1800년의 시대를 흘러와도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한 글이었다. 그 역사의 물결속에 작은 점이 된, 한 사람의 고뇌가 읽힐때 나는 어쩔 줄 모를 뿐이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복잡하다. 그리고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그가 생각 난다. 어떤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 있을때마다 그는 어떤 판단을 했을지 궁금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전략적으로 와닿지 않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찬바람이 부는 겨울, 1월의 끝자락에서 모든 죽은 것은 아련하게 와닿아 나를 우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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