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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有)

영화에 대해 글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이다. 영화에 관해 글 잘쓰는 글쟁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함부로 키보드를 놀릴까.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동한다. '님은 먼곳에'는 따뜻하게 데운 청주처럼 자리를 뜨니 온몸이 훈훈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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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의 영화는 세 편을 보았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그리고 님은 먼 곳에. 왕의 남자는 워낙 떴었기 때문에
천만인이 들 영화가 아니었다는 기억과 연산군과 장녹수가 신하들이 떠난 빈 궁궐에 앉아있던 생각이 난다. (천만명이 들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은 오락영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긴, 괴물은 또 어떻고.)라디오스타는 포스팅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디에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준익은 '마이너'라고 생각한다. 그가 흥미있어하는 것은 당당한 '메이져'의 자신감보다는 숨겨진 마이너적 따뜻함인 듯 하다. '님은 먼 곳에' 또한 일반적인- 트렌디한 스토리 진행을 거부한다.

순이(수애)의 '님'은, 그녀가 너무나 사랑해 꿈에서도 나올 그런 인물이 아니다. 한달에 한번씩 가는 면회도 오지 말라는 무심한 남자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애인도 있던 그 남자, 상길(엄태웅)을 '님'으로 맞이한 것은 아마도 부모님끼리의 언약때문이었으리라. 그런 '님'이 전쟁이 한참인 배트남으로 갔다. '님'은 마음뿐 아니라 몸도 멀어진 것이다. 시어머니는 같이 가지 않으면 혼자라도 월남에 가려하고 친정에서는 떠난 사람이니 발을 들이지 말라는 엄명 뿐. 여기서 제 3의 선택도 있을 법한데 순이는 월남행을 택한다. 위문공연단이 되어 배트남까지 간 순이는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호이안(Hoi An). 전장의 포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남편을 만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순이는 왜 남편을 그토록 간절히 찾으려했을까? 라는 질문을 다들 했을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것이 이 영화의 '이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순이와 상길이 엄청 사랑하는 사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잘 사랑하던 그들을 군대와 전쟁이 갈라놓았고 꿈에도 못잊을 님을 보러 위험을 무릅쓰고 배트남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남자들과 연을 맺으며 사랑이 흔들리는. 그게 정상적인 스토리라인-진부하긴 하지만-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찾아 배트남까지 가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결국 그를 만나는 스토리다. 그 시작은 시어머니이고, 향촌의 가부장적 전통으로 증폭되었으며, 유교의 남존여비사상으로 계속되었으되 그 속에 매몰되지 않는 결말을 보여준다.  

 단언컨데,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인상을 찌푸릴만한 내용이다. 이준익이 밝혔듯이 여성성으로 읽는 것이 옳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이고 정복성향의 남성성과 반대되는, 수비적이고 수동적이고 정복 당하는 여성성 말이다. 남성성은 어리석다. 그들이 하는 것은 고작 페니스를 닮은 총으로 상대방의 머리와 심장을 박살내는것 말고 있던가? 순이는 한없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지만 어떤 남자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낸다. 그 일이란 생명을 살리는 일일게다. 그렇다. 순이는 생명과 재생을 뜻하는 여성성을 대표한다.

그래서 그런가. 관습의 굴레를 깨고 혼자 당당하게 살아가는 순이도 멋지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 따라가 결국 '하늘같은 서방님'의 뺨을 올려붙인 그 순이가 위대해보이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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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1. 편의상 존칭은 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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