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금메달 그리고 정대현

Posted by sunsetblue -/끄적끄적 : 2008/08/24 01:43

위기의 순간 그가 등판했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3대 2로 쫒긴 9회 말 쿠바의 5번 타자 벨이 석연찮은 포볼판정으로 걸어나갔다. 원아웃에 주자는 만루.
그때였다. 주심이 포수 강민호에게 갑작스런 퇴장 명령을 내렸다. 김경문감독과 코치진들이 통역을 데리고 가서 오해임을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강민호는 포수마스크와 미트를 집어던지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제 포수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진갑용뿐. 어쩔 수 없이 진갑용이 나왔다.
그리고 투수를 바꾸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무리 정대현


경기 흐름이 너무 나빴다. 수비의 집중력이 흐트러질만한 상황이었고 9회 말 1아웃 만루. 타자들은 아마 최강의 쿠바였다. 지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외야플라이는 너무 쉽게 치는 쿠바 타자들이기에 적어도 한점은 내줄것 같았다. 정대현이 막기엔 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투수마운드의 땅을 고르는 그의 얼굴에는 비장한 표정 대신 엷은 미소가 비쳤다.  문득 기억에서 그 미소짓는 모습이 떠올랐다.
올림픽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정대현이 나왔었다. 5대 3으로 앞선 9회 1아웃 주자 2,3루였던가. 적시타 하나면 동점인 상황이었는데 그때 올라온 정대현의 눈빛이, 마치 그런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는듯한 투명한 눈빛이랄까. 게다가 사인을 주고 받으며 엷게 웃는 모습이란. 그 숨막힐듯한 긴장의 순간에 그런 표정은 정말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금메달을 가르는 마지막 순간에서도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그때, 1점 이내로는 막을 수 있겠구나 싶은 예감이 들었다.
쿠바 타자는 구리엘. 1구는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 2구는 한복판 낮은 스트라이크였다. 순식간에 타자가 몰린 상황. 3구를 던졌다. 땅볼아웃이 거의 없었던 쿠바의 타구가 유격수쪽으로 굴러갔다. 병살타였다. 그것으로 순식간에 경기는 끝났다. 한국의 금메달!!!
그제서야 정대현은 상기된 얼굴로 진갑용을 얼싸안았다.


화.룡.점.정

08시즌(올림픽 전까지) 성적 2승 3패 18S 방어율 2.61

사실 정대현은 올시즌 궁극의 포스를 내뿜는 마무리는 아니었다. 이번 김경문호에 승선할때도 잠수함 투수가 없었기때문에 일찌감치 낙점되었을 뿐 세이브포인트에서는 오승환보다 뒤쳐졌고 방어율에는 한기주에게 뒤쳐졌다. 김경문 감독이 처음 생각한 그의 보직은 아마 미들맨이나 원포인트 릴리프였을거다. 올림픽 본선 1라운드 미국전에서 2.2이닝을 맡긴걸로 봐서도 그렇다. 그런데 오승환은 컨디션 난조였고 한기주는 이기는 경기에 불을 지르면서 마무리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정대현이 마무리의 중책을 맡았고 그 결과는 완전한 성공이었다.

방송국에서 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는 김경문감독, 이승엽, 류현진 이 세명이 나왔다. 물론 금메달의 수훈갑들이다. 하지만 왠지 결승전에서만은 정대현이라는 이름이 그들 못지않게 큰 비중으로 다가왔다. 한국야구가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이라는 용을 그렸다면 오늘 그의 완벽한 마무리는 그 용의 눈에 점을 찍은 것이 아닐까.




 한국 야구의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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