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과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연락을 잘 안하는 편이다.
조금 떨어져 있거나 그나마 가깝거나... 전화는 더더욱 안한다. 문자로 연락을 하고.
그런 나를 귀찮음의 대가라는 둥, 깊은 정이 없다는 둥 여러 변명으로 외면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귀찮다거나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런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 때의 그 긴장됨과 떨림이 두려워서였다.
오랜만에 전화하면 이사람이 무슨 이야길 할까, 혹시 실례를 하진 않을까...
지나치게 예의바르고 여린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다른 두려움도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내가 아파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건데 그것이 사실 더욱 두려웠다.)
두려움은 두려움과 만나면서 증폭되고 마침내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게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나를 격리시키는 길이 되었다.
지금 이 블로그는 오프라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른다. (조만간 알릴 예정이지만)
한때 미니홈피도 운영했었지만 지금은 닫아 놓은 상태이다. 닫은 것도 이유가 있다.
다른 때는 조회수가 거의 없던 것이 꼭 나와 관련된 일이 일어나면 조회수가 두자리수를 넘어간다.
'왜 나에게 바로 물어보지 않고 몰래 내 홈피를 살피나.'
그런 일들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나는 나를 가쉽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질렸다.
하지만 어느새 나 또한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고 나는 나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나의 에고는 나를 목조르고 나는 나의 에고를 힐난했다.
내 내면은 산것과 죽은 것 없는 복마전의 연속이었고 그 탈출구로 선택한 것은 술이었다.
비장한 각오로 임하던 매일의 술자리. 그리고 그것이 이중, 삼중의 덫이 되어 나를 조여왔다.
나는 나를 죽이려고 살았다...
많은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 그렇게 겁이 난다.
덜덜덜 떨면서 외면하거나 어쩔 수 없이 연락해서 상처받거나.
(이 상처라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건데.. 이미 상처받을 채비를 해놓고 전화를 걸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에 꽤 친하게 지냈던 동생에게 연락을 했었다.
지난 여름에 연락하고 6개월 만이다.
문자를 보냈는데 다음날 답장이 왔다.
얼굴 한번 보자 하고 다시 문자를 보내니 연락이 안온다.
그게 끝이었다. 며칠을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좀 머쓱했다ㅎ
예전 같았으면 날 모질게 자책했었겠지.
하지만 이젠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은,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말하기엔 부끄러웠던 일들이 이젠 조금씩 이해된다.
그리고 그 힘들었던 나날을 보낸 나를 꼬옥 껴안고 싶을 뿐이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나아가고 싶을 뿐이다.
'글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똑같은 사진도 작가가 찍으면 작품? 에 대한 나의 간단한 생각. (1) | 2009/01/31 |
|---|---|
| 경향신문 4컷 만화 (0) | 2009/01/24 |
| 나도 안다. (1) | 2009/01/23 |
| 청암사 가는 길 (2) | 2008/11/26 |
| 외롭다 (2) | 2008/11/20 |
| 뜬돌가람 영주 부석사 (2) | 2008/11/08 |
Trackback 0 and
Comment 1







Pr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