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반게리온:파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예정인 분들은 읽지 않길 바랍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기가 시들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로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사람을 끄는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지는 순응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더없이 터프한 에반게리온의 조종사가 되길 강요받는다. 레이는 무표정하고 말수가 적다. 마치 기계처럼. 하지만 차가운 그 미소녀에게 간혹 느껴지는 모성애는 뭇
가츠라기소령, 리츠코박사 또한 그 결핍을 채우지 못해 괴로워하는 캐릭터다. 그들 모두의 결핍은 너무나 생생하여 눈물겹기까지하다.
둘째로 메카닉물의 진화를 들 수 있다. 일본의 메카닉 애니메이션은 한둘이 아니다. 에바TV판은 어느정도 그 전개에 충실하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드를 적절한 힘조절로 분배한다. 게다가 선악의 불분명, 때때로 누구에게도 제어되지않는 로봇, 생명과 기계의 중간쯤 되는 설정, 메카닉의 납득되지 않는 구조와 행동을 설득력있게 풀어낸 것이 오히려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TV판 25, 26화의 모호함과 난해함이다. 25, 26화는 극의 흐름에서 본다면 24화와 이어지지 않는 내용이다. 제레와 네르프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후 에바에 대한 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나오는게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중에 나오는 End of Evangelion이 TV판의 진짜 결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극의 내용을 더 큰 틀에서 살펴본다면 25, 26화의 내용은 총감독 안노 히데야키의 '오타쿠에게 보내는 메시지' 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극중 나오는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것도 '오타쿠 보완계획'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국 에반게리온의 모든 내용은 허구니 그것에서 깨어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볼 수 있겠다.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 실제의 세계에 부딪혀보지도 않으려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오타쿠들은 진정한 결말을 요구했고 이에 End of Eva가 극장판으로 상영된 것이니 그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결국 빠져나오기 싫었던 것이겠지?^^)
이번에 개봉된 신극장판은 TV판의 내용과 궤를 조금 달리한다. 마치 기존 작품의 '외전'이라고 할까. 아니, 난해한 부분의 해설집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새로운 캐릭터, 마키나미 마리 일러스트리어스. 여러 에바를 조종할 수 있다.
에바의 전투신에도 음악을 깔아넣어 독특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피칠갑하는 부분에서는 BGM보단 그냥 피튀는 소리만 듣는게 더 좋지않을까 싶다. (리얼한 씬을 추구하는 취향상..쿨럭;;) 달에서 건조된 새로운 에바와 카오루도 잠시 등장한다. 다음편에 분량이 늘어날 듯.
하지만 이 많은 변화의 물결에 바뀌지 않은 캐릭터들도 있다. 바로 후유츠키와 이카리 겐도 사령관.(풉) 배신과 이용을 즐겨하는 겐도씨는
과연 남은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실 에반게리온 : 파의 여러 변화는 기존 시리즈를 좋아했던 팬의 입장으로써는 그닥 반가운 변화는 아닌듯 하다. 늘어난 남여캐릭터의 서비스씬(?)과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변화는 심오한 메카닉물에서 명랑학원 메카닉물로 변해가는 느낌까지 들었달까. 극의 빠른 전개와 내용의 압축은 TV판을 보지 않고는 이해가 쉽지 않을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몇몇 캐릭터는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사건의 진행이 숨을 헐떡일만큼 급하게 가는 터라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린 아직 전체 신극장판의 두번째 이야기까지 본 것 뿐이다. 섣부른 기대와 섣부른 실망은 하고 싶지 않다. 당장 다음 시리즈인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 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터. 이미 끝난 시리즈에 고 퀄리티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그래, 어찌되었든 파괴는 새로운 진화의 시작이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같은 테제만을 되풀이하는 것 또한 우스운 일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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